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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기사/북한 정치, 사회

북한 "웜비어 사건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음모"


(2017-07-07) 북한 "웜비어 사건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음모"



지난 6월 19일(현지시각)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22세 청년 오토 웜비어씨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미국 국민들이 분노했고 북한은 웜비어씨가 북한에 있을 때는 살아있었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최근 웜비어씨 억류, 사망과 관련해 음모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미국, 영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음모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진1> 북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오토 웜비어씨 모습


대북 소속통에 따르면 7월 5일 조선의오늘,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선전매체들이 일제히 '왐비어사건은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의 음모이다'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앞서 서광 역시 7월 2일 이 내용을 올렸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글이 제4언론이라는 미디어에 일본계 미국언론인 시마쯔 요이찌가 게재한 글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자신들의 주장이 아니라 해외 인사의 주장을 인용했다고 한 것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인용이라고는 하면서도 시마쯔 요이찌라는 사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그대로 따르고 동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길을 잘못든 열정적인 한 청년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정탐기관들 사이의 마찰과 대외정책 및 국제적인 음모사건들의 대립이 안아온 서투른 결과이며 이러한 비화는 처음있는 일도 아니고 앞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웜비어씨의 북한 여행 배후에 미국, 이스라엘 등이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왐비어는 북조선에서의 자신의 행동으로 유명세를 얻어 버지니아종합대학의 비밀조직인 Z협회에 가입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Z협회에 가입하는 것은 경제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정탐기관이나 미재무성에서 고위인물로 발돋음할 수 있는 관건조건으로 된다. 


왐비어 오토는 개인적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유태인들의 리익을 대표하는 미재무성과 딸라에 자기자신을 내맡겼던 것이다"


또 "왐비어는 아마도 이스라엘정보기관과 영국의 조종자들로부터 조선에서 경제간첩 활동을 벌릴 수 있도록 후한 보수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유혹되였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지원으로 웜비어씨가 북한 금융 체계를 정탐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웜비어씨는 2015년 12월 29일 북한에 여행을 갔습니다. 그리고 1월 2일 출국을 하려던 중 구금됐고 북한은 웜비어씨가 선전물을 가져가려고 했다며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6월 13일 웜비어씨는 혼수상태로 풀려나 미국으로 송환됐고 19일 사망한 것입니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는 유치하고 치졸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만약 웜비어씨를 미국, 이스라엘 정부가 지원했고 그가 간첩 행위를 했다면 구금, 재판 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전혀 그런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즉 증거가 없었다는 뜻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매체들은 일본계 미국언론인의 주장을 인용한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용 보도라는 것은 북한 매체들의 상투적인 선전 수법입니다. 북한 당국은 직접 이야기하기 곤란한 음모론이나 거짓 주장을 제3자를 내세워 인터넷에 올리도록 하고 그것을 가져다가 인용하는 방식으로 선전합니다. 말 그대로 비겁한 방법입니다.


더 치졸한 것은 내용 자체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과실을 덮기 위해 미국, 이스라엘 등의 음모를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웜비어씨가 미국 CIA나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인 것처럼 소문을 퍼트려 그에 대한 동정 여론을 희석하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매체들의 이런 보도를 이스라엘 모사드가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만약 북한 주장처럼 웜비어씨가 모사드 요원이라면 모사드는 북한에 보복을 할 것입니다. 모사드 요원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들을 언급한 것을 모사드가 알게 되면 그들이 가만히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북한 당국은 엉뚱하고 치졸한 선전에 몰입하기 보다는 차라리 웜비어씨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히고 자신들의 과실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강진규 기자 wingofwol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