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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사/IT 일반

북한 프로그래머 중국활동 정부는 상황파악 못해(2009.02.04)


"북한 프로그래머들이 10여명 단위 팀으로 활동하는데 베이징, 장춘, 대련, 심양 등에 현재 40~50개 팀이 움직이고 있습네다. 북한의 고려컴퓨터센터(KCC), 국가과학원 등 출신들로 구성된 이 팀들은 중국, 일본, 한국 등의 기업들로부터 단기 프로젝트를 수주 받아 돈을 벌고 있지요."



북한 프로그래머 연계인(자칭)이 중국에서 400명~500명의 북한 프로그래머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본 기자에게 접촉해왔지만 통일부, 국정원 등 관계부처는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이 주장에 대해 북한 관계 전문가는 중국에서 북한 프로그래머들을 기업들이 활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자에게 중국에서 북한 프로그래머들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으니 업체를 소개해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북한에서 30년 간 거주한 중국국적의 동포라고 자신을 소개한 발신인은 본 기자의 기사를 보고 연락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는 조사를 통해 중국에서 발송된 이메일로 확인하고 메일에 첨부된 연락처를 이용 중국의 발신인과 통화를 시도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기업의 프로젝트를 받아 중국의 북한 프로그래머들이 만들도록 하는 중계역할을 한다며 "현재 내가 2개 팀을 연계해 주고 있는데 한국인들과도 일한 경험이 있다"며 "한국 프로그래머들에 비해 1/3에서 1/5 정도의 인건비를 받고 있지만 수준은 높다"고 설명하고 한국기업과의 협력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프로젝트 사례로는 온라인 게임 오토 프로그램, 대어휘 음성인식 프로그램, 지문인식 프로그램, 차번호인식 프로그램 등이 있다.


그러나 해당 부처인 통일부, 국정원 등은 기자의 관련 정보 제공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사실여부, 현황, 다른 의도의 가능성 등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그런 협력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처음 "그 사람이 누구냐? 왜 그쪽으로 연락을 했느냐?"며 오히려 문의하다가 이후 국정원은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다만 주장이 사실일 경우 협력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북한 프로그래머 접촉 시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한 소프트웨어개발 협력은 공식적으로 2000년 삼성전자가 북한 프로그래머들과 협력해 휴대폰용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례가 있으며 현재도 공식적으로 진행중인 협력이 몇 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비공식적 협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정확한 현황파악과 이를 토대로 한 협력을 늘려나갈지 접촉을 제한할지 가늠하는 정책 방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북한관계 전문가는 "이메일이 사기일 가능성도 있지만 암암리에 중국에서 북한 프로그래머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정부당국자들이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현재 그에 대한 정책이나 방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명확한 정부의 입장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타임스 강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