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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기사/북한 일반

어느 북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죽음

 

 

 

(2013-08-30) 어느 북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죽음

 

 

최근 깜짝 놀랄만한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8월 29일 조선일보는 김정은 1비서의 옛애인으로 추전되는 가수 현송월 등이 음란물 제작, 보유 혐의로 처형됐다고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아직까지 이 기사 내용이 진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송월 이외에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리설주가 있었던 은하수관현악단의 악단장인 문경진과 바이올리니스트 정선영 등도 포함됐고 은하수악단을 해체됐다고 합니다.

 

문경진이 누구인가 하면 북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1981년생인 문경진은 2000년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 졸업했습니다. 이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모스크바국립음악원 공부했습니다. 2002년 12차 2.16 예술상 개인경연 2등을 했습니다. 그는 국제콩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05년 3차 파가니니 바이올린국제콩쿨 2등, 2007년 오이스트라흐 바이올린국제콩쿨 2등을 했습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김정일이 살아 생전에 문경진의 연주실력에 감탄하고 그를 총애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사서 연주하도록 했으며 인민배우 칭호를 하사했다고 합니다. 또 2009년 5월 김정일이 직접 지시해 만들어진 은하수악단의 악단장이 됐습니다.

 

러시아 유학을 다녀오고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할 정도라면 북한에서 문경진의 지위와 입지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명실상부한 북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것입니다. 지난해 3월에는 한국 정명훈 지휘자 등 한국 음악가들과 프랑스 파리에서 협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음란물을 제작하고 보유했다는 혐의로 처형됐다는 것이 선듯 믿겨지지 않습니다. 또 김정일이 지시로 만들어진 은하수관현악단이 해체도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아직 정확한 소식이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은하수악단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7월말 이후 은하수악단에 관한 소식이 북한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은하수악단은 6.25와 7.27 휴전 협정을 기념해 음악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8.15와 8.25(북한 전승절) 등에 음악회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은하수악단의 행보를 볼 때 의구심이 듭니다.

 

하지만 문경진, 정선영 등이 음란물 제작 혐의로 공개처형을 당하고 가족들이 수용소로 가고 악단이 해체된다는 것이 의아합니다. 과연 그 정도 처벌을 받을 사안인지가 의문입니다.

 

두 가지로 추측이 됩니다. 우선은 파리에서의 행적 등이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은하수악단의 파리 공연에는 북한의 감시 요원들이 따라왔다고 합니다. 이들이 문경진, 정선영 등의 파리에서의 행동을 국가보위부 등에 고발해서 감시를 받다가 최근 언행이나 보유 물품이 문제가 돼서 처벌받았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리설주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리설주는 은하수악단 출신으로 문경진, 정선영 등이 리설주를 잘알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리설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거나 그와 관련된 문제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리설주가 문경진이나 악단 내 누군가와 사귀었고 그에 관한 자료를 갖고 있다면 북한은 그것을 아는 사람을 모두 죽이려 할 것입니다.

 

아마 실체는 앞으로 밝혀지겠지요.

 

어떤 경우이든지 슬프게 느껴집니다. 문경진, 정선영 등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지만 과연 그것이 처형을 당할 정도의 처벌이었을까요? 만약 그들이 한국이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태어났다면 어떠했을까 생각이 듭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8Z-5y16vITw

 

 

위의 영상은 문경진이 지난해 3월 파리 공연 모습입니다. 연주를 들으면서 처형 소식을 생각하면 영화 피아니스트가 떠오릅니다. 최고의 음악가가 정치, 사상적인 문제로 처형됐다면 정말 슬픈 일입니다.

 

문경진씨의 연주를 한번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강진규 기자 wingofwol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