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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과 취재수첩

<칼럼> 베트콩, 심리전 그리고 댓글

 

(2013-10-23) <칼럼> 베트콩, 심리전 그리고 댓글

 

 

중국의 마오쩌둥은 '인민은 물이요. 게릴라는 물고기'라는 말을 했다. 이는 게릴라 전술의 큰 틀을 이야기한 것이다. 게릴라전은 철저히 인민 속에서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콩은 인민 속에서 활동했다. 베트콩은 시골 마을에 숨어서 미군, 베트남군, 한국군 등이 다가오면 공격을 하고 양민들 속에 숨거나 산으로 도망쳤다. 복장은 평범한 시골 주민으로 위장했다.

 

베트콩이 이런 전술을 사용하면서 양민과 베트콩이 구별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고 미군 등은 혼란에 빠졌다. 미군이 베트콩이 있다고 판단해 마을을 공격하면 이미 베트콩은 사라지고 주민들이 피해를 당했다. 이에 베트남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됐고 주민들이 베트콩에 동조하게 된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대선 기간 야당 후보를 비난하고 여당 후보를 옹호하는 댓글을 단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군 사이버사령부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의 사이버심리전에 대응해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단순히 대선에서 여당과 현 대통령을 돕기 위한 술책이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철저히 법적, 정치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국정원의 주장 중 일리있는 부분도다. 실제로 북한은 인터넷 공간에서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이나 외국의 가상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가 하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도 활용하고 있다. 이들 매체를 통해 북한은 한국 정부와 군, 여당, 언론, 주요인사를 비난하고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심리전의 목표는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남한 사회 혼란을 초래해 자신들의 이득을 추구하고 적화통일의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주장처럼 북한 심리전에 대응으로 댓글을 달았다고 가정해도 국정원은 전술적 패배를 당했다고 생각된다.

 

북한은 사이버심리전을 과거 베트콩들처럼 수행하고 있다. 한국 국민으로 가장해서 주요 사이트에 숨어들어 비방을 하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과거 베트남에서 처럼 북한 요원과 한국 국민의 구별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국정원은 북한에 대응을 하겠다며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그 댓글을 보고 논쟁하는 대상이 한국 국민이 돼 버렸다.

 

상당수 국민들이 국정원의 댓글에 부정적인 것은 여당에 유리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성향을 글을 올리고 북한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때문에 여당과 정치인을 비판할 수도 있고 야당을 옹호하는 글을 올릴 수가 있다.

 

만약 북한이 국민을 가장해 몇몇 그런 글을 올렸다고 해서 글을 올린 모든 사람을 북한측으로 본다면 국민들의 기분이 어떻겠는가. 베트콩이 아닌데 베트콩으로 몰린 마을 주민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그 대응이라는 것에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이런 상황을 북한이 의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러 북한 IP 등 흔적을 인터넷에 남기고 국정원 등이 이를 쫓아 댓글을 올리고 한국 누리꾼들과 싸우는 상황을 노렸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흘려서 공격을 하는 것이다. 삼국지에서 적군의 추적을 유도한 후 계곡으로 몰아 계곡에 있던 아군과 서로 싸우게 하는 유인계 및 반간계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북한은 아마 지금 웃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심리전 담당자들은 김정은에게 훈장을 받았을 수도 있다.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으로 한국 정치는 혼란에 빠졌고 국론은 분열되고 있다. 간첩을 잡고 사이버보안, 산업기밀보호, 국제 범죄 대응 등 중요한 업무를 하는 국정원은 위기에 몰렸다. 북한의 심리전 목표인 남남갈등과 혼란을 달성한 것이다.

 

국정원은 원칙도 전술도, 전략도 없이 북한에 농락당해 복병이 있는 계곡으로 따라들어갔다고 생각한다. 말그대로 전술의 실패다. 부대의 패배를 장군이 책임져야 한다. 변명을 하는 것은 구차하다. 정보 전문가도 아닌, 군대도 다녀온 적 없는 사람을 첩보전의 사령관으로 임명한 것 부터가 잘못됐다. 철저한 반성 위에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베트남 전에 참전했던 채명신 장군은 "한국군은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국정원이 채명신 장군의 생각을 배웠으면 한다. 그것이 북한의 게릴라식 심리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디지털타임스 강진규 wingofwol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