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과 취재수첩

<칼럼> 강진규의 북쪽이야기 '북한 사이버보복 대비해야'

 

(2014-12-29) <칼럼> 강진규의 북쪽이야기 '북한 사이버보복 대비해야'

 

 

해킹으로 국내외가 어수선하다. 김정은을 암살하는 내용의 영화 '더 인터뷰' 개봉에 반대하는 세력이 소니픽처스를 해킹했다. 또 한국에서는 원전 관련 자료가 해킹을 당해 비상이 걸렸다. 북한에서는 최근 인터넷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사이버 공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 미국, 북한의 해킹 공격은 각기 다르면서도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미국 FBI와 백악관은 소니픽처스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비례적 대응을 천명했다. 이후 북한 인터넷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북한은 미국이 사이버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원전 해킹 사건 수사과정에서도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소행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부인하고 있다.

 

세 나라의 사이버공격 실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긴장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12월 28일 로동신문을 통해 북한 소행설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다. 

 

북한 로동신문은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 정부가 소픽처에 대한 해킹사건을 북소행이라고 발표한 것을 주목한다고 했으며 지난해 3월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사이버공격과 유사한 수법이라며 모략 여론에 적극 동조해나섰다고 비난했다.

 

또 한국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원자력발전소 정보유출사건이 북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합동수사단도 침입자가 북에서 많이 쓰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면서 그것을 근거로 북소행설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남한이 운운하는 북소행이란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설이라며 대결소동을 합리화하고 북한을 헐뜯기 위해 꾸며낸 또 하나의 모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북한이 비난만 한 것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보복을 경고했다는 점이다. 로동신문은 사이버공격까지 모략에 악용하며 도발을 걸어오고 있는 것을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며 천하의 못된 짓은 하늘이 알고 천벌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방중상하며 모략소동에 광분하는데 대해 초강경 대응전으로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며 책임있는 자들과 그 본거지들에 대한 보복공격은 북한의 당연한 권리라고 협박했다.

 

북한이 최근 미국, 한국에 대한 해킹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들의 소행으로 몰고가는 것이 억울하다며 보복공격을 할 수 있다고 엄포를 한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북한에 대한 사이버공격이 심화되면서 사이버공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사이버공격으로 북한 인터넷뿐 아니라 3G 이동통신망에도 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망에 대한 공격은 인터넷망 마비와는 차원이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인터넷망에 이어 통신망 마비 사태를 당하면서 독이 오른 북한이 사이버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비례적 대응 원칙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통신망, 인터넷망은 물론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중요한 것은 사이버보복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라도 한국의 금융이나 통신 분야에서 마비가 온다면 연말 한국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단 1% 가능성도 현실화하지 않도록 한국 내 전반적인 사이버보안 경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또 더 이상 사이버전이 확대되지 않도록 미국, 중국 등과 국제 공조를 통해 이번 사안을 풀어가는 방법도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각종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드러내놓고 보복을 경고했다. 만약 공격을 하겠다고 했는데도 못막는다면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할 것이다. 그런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진규 기자 wingofwol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