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8) <칼럼> 강진규의 북쪽이야기 '김정은의 건강과 숙청'
그동안 궁금증을 자아냈던 북한 김정은의 병명이 공개됐다. 발목에 낭종이 생겨 제거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식을 듣고 궁금함에 해소됐다는 쾌감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10월 28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 비공개 국감에서 김정은이 지난 5월 오른쪽 발목 복사뼈 부근에 낭종이 생겨 통증이 심해졌고, 지난 9월부터 10월 사이 해외 전문의를 초빙해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이 현재 회복기에 있으며 진료 의사의 판단으로는 무리한 공개활동 등으로 후유증이 가능해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이같은 내용을 국회의원들에게 보고했고 다시 의원 간사는 이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김정은이 오랜기간 두문불출하다가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궁금하게 생각했다. 국정원과 의원들은 국민들의 의문을 해소해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의 병명과 치료 상황을 공개한 것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북한도 최고지도자의 신변은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다. 더구나 그것이 건강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민감하다.
지난 2008년 국정원은 병으로 쓰러진 김정일이 혼자 칫솔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런 작은 사실이 가져온 파장은 컸다. 언론에 이런 내용이 보도된 후 북한 당국은 정보누설자를 색출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이 칫솔질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조사대상에 올랐고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숙청됐고 김정일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교체됐다.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 심어놓은 정보라인과 휴민트가 사라졌다. 이후 한동안 정보당국은 북한 김정일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또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병명을 알면서 수술시기와 경과, 외국 의료진의 방북을 아는 모든 사람을 조사할 것이다. 의료진이 변경될 것이고 북한은 방북했던 외국 전문의사 대신 다른 사람을 찾을 것이다. 정보당국은 이번 사안을 알아낸 정보라인을 이제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관련 없는 많은 사람들이 감시를 받고 숙청당할 수도 있다.
휴민트를 한 명 만들고 정보라인을 구축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모른다. 국정원의 고위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이런 노력을 아는가? 또 휴민트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알고 있다면 이렇게 쉽게 김정은의 병명을 공개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정보당국과 의원들이 정보를 대외적으로 공개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강진규 기자 wingofwol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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