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기사/IT 일반

경기침체 그늘아래 IT업계 근로자들(2009.02.05)


`대학을 졸업하고 IT중소기업에서 3년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있는 A씨의 얼굴에는 요즘 그늘이 가득하다. 그의 회사에서 올해 연봉계약서에 사인도 하기 전에 전 직원에게 연봉의 20%를 삭감한 것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 회사의 어려움을 알기는 하지만 적금과 생활비, 그리고 앞으로 결혼자금 마련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의 여파가 기업들을 덮치면서 월급이나 연봉을 삭감 당해 A씨와 같이 고민하는 IT업계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


IT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부터 임금이 일부가 삭감되거나 절반만 지급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월급이 나오기라도 하는 것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으로 수 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휴직 또는 정리해고의 고통을 겪는 IT업계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IT산업노조 관계자는 "최근에 임금이 아예 지불되지 않는 체불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중소하도급 IT개발업체 직원들이나 프리랜서 IT개발자들의 경우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급이 삭감되거나 체불이 돼도 개발자들은 악화된 경기상황에서 회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더군다나 IT업계에서는 `모 반도체 업체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모 보안 업체가 구조조정을 준비중이다’라는 구조 조정 설들이 돌면서 분위기가 어느 때 보다 암울한 상황이다.


한 IT개발자는 "회사에서 임금을 삭감하고 명목상 합의를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안 한다고 하겠느냐"며 "경기상황이 안 좋은 것을 알고 있고 또 이의를 제기하면 회사를 퇴사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월급이 줄어도 속으로만 다들 전전긍긍하고 있다. 잘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프리랜서 IT개발자들은 임금을 못 받아도 하소연조차 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 프리랜서 IT개발자는 IT산업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수개월 간 일한 임금을 못 받아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며 "그런데 노동부에서는 프리랜서 계약은 용역 관계라 근로자 인정을 해줄 수 없으니 민사 소송을 내라고 답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있어서 진정서를 제출하면 처리를 하고 있다"면서도 "경기 악화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합의를 해서 임금 등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으며 고용안정과 직원들의 고통분담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업들의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에 따른 근로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양보를 강요하기보다는 어려움을 알리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설득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IT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경기상황이 많이 안 좋은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근로자들에게 무조건 양보하라고 하기보다는 회사가 솔직히 직원들에게 경영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의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타임스 강진규 기자


후기
모두 힘든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분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이런 것 뿐입니다. 지면에는 내보낼 수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자 미흡한 기사를 올립니다. 빨리 이 어려운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며...